2110년 말 잡스는 <<뉴욕타임스>> 기자 닉 빌턴Nick Bilton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자기 자녀들은 아이패드를 전혀 쓰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전자 기기 사용하는 시간을 제한합니다.” 빌턴은 다른 테크놀로지 업계 거물들도 자녀에게 비슷한 제약을 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이어드Wired>>의 전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집에 있는 모든 기기의 사용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면서 “전자 기기가 가진 위험성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섯 자녀에게 절대 침실에서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블로거, 트위터, 미디엄의 창립자인 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ns는 어린 두 아들에게 책은 수백 권을 사 주었지만 아이패드는 사 주지 않았다. 애널리틱스analytics를 창립한 레슬리 골드Lesley Gold는 주중에는 자녀들이 절대로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한 경우에만 이 규정을 완화해 주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집필하는 동안 잡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월터 아이작스Walter Isaacson은 “식사하는 동안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들여다 보지 않았습니다. 그 집 아이들은 기기에 중독되지 않은 것 같았어요”라고 빌턴에게 말했다.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는 듯하다.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 -p015
적절한 선을 지키며 세운 목표는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한정된 시간과 열정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목표가 우격다짐으로 우리 삶을 파고든다. 소셜 미디어에 계정을 만들고 나면 곧 팔로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면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을 절대 남겨 놓으면 안 된다. 피트니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면 날마다 특정한 수만큼 발걸음을 떼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 않는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지금까지 달성한 최고 점수를 경신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이 추구하는 행위가 시간이나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것-예컨대 마라톤 뛰기나 연봉 따지기-이라면 목표는 숫자로 정확히 계산되고 남들과 비교하기 쉬운 형태를 띨 것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많이 벌고 싶어질 것이고, 자연스럽고 정상상적인 기록과 수치를 자꾸만 뛰어넘고 싶어질 것이다. 마라톤 4시간에 겨우 1분 더 걸려 완주해도, 연봉이 10만 달러에서 겨우 500달러 모자라는 9만 9500달러여도 실패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목표가 점점 쌓여 가면 끊임없이 실패를 초래하는 행위 추구에 더욱 깊이 중독되거나, 성공하더라도 야심 찬 새 목표를 세우는 일을 계속 되풀이하는 상황(어쩌면 이것이 더 나쁠 것이다)에 빠진다. -p148~p145
게임 분야에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몰입감을 ‘끝없는 놀기ludic loop’라고 일컫는다. ‘놀다’라는 뜻의 라틴어 루데레ludere에서 따 온 용어다. 퍼즐 한 조각을 맞출 때마다 순간적으로 황홀한 전율을 느끼지만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새로운 조각이 곧 눈앞에 놓일 때 ‘끝없이 놀기’에 들어선다. ‘끝없이 놀기’는 도전 의식을 부추기는 비디오 게임, 어려운 십자말풀이, 반복적이지만 흥미와 의욕을 자극하는 업무, 계속 잃다가 이따금 작은 돈을 따게 해 주는 슬롯머신 등 많은 몰입형 체험에서 발견된다. 모든 몰입 체험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놀기’도 위력이 크다. -p219
어리거나 젊은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중독성 있는 온라인 인간관계는 위험하다. 그런 우정이 지닌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 관계에 결여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위험하다. 다른 사람과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행위의 의미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원격 웹캠 화상 통화도 마찬가지다-는 직접 나누는 대화와 관계의 리듬이 전혀 다르고 주고 받는 정보 범위 또한 훨씬 협소하다. 캐시는 “심지어 상대방의 체취,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써 서로 마주치게 되는 시선도 매우 중요”하다며, 웹캠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하는데 상대방 시선이 이쪽 시선을 전달하는 웹캠과 같은 눈높이에 맞췌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기진 사람에게 설탕을 잔뜩 먹이는 꼴입니다.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몰라도 결국 금방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p279~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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