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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만남/사회 및 자기계발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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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20세기에는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가 대기업의 경제적 힘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이들의 정치적 힘도 갈수록 더 많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신기술은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치르고 사용할 상품이 있는 시장에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힘이 정치적 동물로서 우리가 공유하는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날에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 정의 같은 문제에 시민인 우리가, 또 시민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정치 대표자들이 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기술 대기업에서 보이지 않게 제 할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이 갈수록 더 많이 좌지우지할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정치생활이 ‘사유화’될 위험이 있다. -p294

 


지금까지 나는 ‘일이 줄어든 세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유급 노동’이 줄어든 세상이다. 지금까지는 둘을 구분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는 이 둘의 차이를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왜 그럴까? 비록 유급 노동이 줄어든 세상이 다가오고 있을지라도, 그 세상이 꼭 일이 아예 없는 세상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 미래에는 경제적으로 보면 일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계속 일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직무를 찾아 나설 것이다. 유일한 차이는 이런 일에 노동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할 만큼 넉넉한 임금이 따라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역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먹고살고자 일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모든 제약이 사라지면, 어떤 의미에서는 무엇이든 그런 역할이 될 수 있다. 이 역할들이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더라도 어쨌든 인간이 하고 싶어 하는 업무를 이용할 것이다. 이 말이 비효율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면, 일에서 생산성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걱정은 잘못이다. -p324

 


지금껏 현대의 정치 세계는 이와 같은 철학적 물음을 교묘히 피해 왔다. 20세기에는 사회 대다수가 경제의 파이를 되도록 크게 키우자는 목표를 추구하는 데 동이 했다. 아이제이어 벌린이 쓴 대로, “목표에 합의하면, 남은 문제는 수단뿐이다.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문제다. 달리 말해 기술자나 의사들 사이의 논쟁처럼 전문가나 기계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제적 목표에 집중한 우리는 그 파이가 얼마나 끈질기게 켜질지를 알고자 현대의 기술자에 해당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지금껏 의지했다. 하지만 일이 줄어든 세상에서는 근본적인 목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느냐’다. 그때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정말로 어떤 뜻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만 할 것이다. -p332

 


21세기에 우리는 그 토대를 유급 일자리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안정의 시대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직업을 오늘 시작해야 한다. 정확히 얼마 뒤에 인간이 맡을 일이 줄어든 세상이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세상이 오고 있다는 조짐은 분명핟. 불평등, 정치적 힘, 삶의 의미는 저 멀리 먼 미래에 숨어 몸을 감추고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이미 불거지기 시작해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제도와 생활 방식을 시험하고 어지럽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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