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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맛집

초보의 소백산 등반기 (어의곡 → 비로봉 → 국망봉 → 늦은맥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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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단양군 가곡면 새밭로 842
어의곡 탐방로 (어의곡 → 비로봉 → 국망봉 → 늦은맥이재 → 새밭계곡 → 어의곡주차장) 
소백산 비로봉 (해발

1,440m), 국망봉 (1,421m)
2022년 8월 초



 

갑자기 소백산 산행을 결정했다.

말로만 듣던 소백산에 간다고 하니 마치 남의 일 같다. 아무 감흥도 없이 가겠다고 했다.

남편이 등산코스를 설명해주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전문 등산가의 블로그를 보여주며 7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블로그 글을 읽어보고 우리도 그 정도 시간이면 다녀올 것이라고 믿었다.

거기서부터 착각이 시작되었다.

 

 



소백산 어의곡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적했다.

짙은 녹음과 운무가 깊은 산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 같다.

인적이 드문 곳을 달리니 상쾌하다.

 




어의곡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이라고 해서 주차선이 그려져 있고 주차공간이 넓은 곳을 상상했으나 착각이었다.

그냥 갓길에 공간을 찾아서 주차하면 된다.

'소백산 농 · 특산물판매'라고 쓰여져 있는 건물의 뒷편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다.

일단 산행을 시작하면 화장실이 없다. 꼭 화장실에 들러야 한다.


 




어의곡 탐방로라고 쓰여져 있는 곳에서 출발했다.

사흘 밤낮으로 비가 내렸다고 하더니 소백산 입구는 물기로 촉촉하다.

여름 무더위로 시달리다가 물기를 머금은 숲속으로 들어가니 소풍을 가는 것처럼 들뜬다.

 

어의곡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

 

 

소백산 비로봉으로 가는 입구





소백산에는 이끼낀 돌과 나무가 많았다.

녹색 옷을 입은 돌은 마치 신비의 세계에 있는 트롤같았다.

축축한 습기와 이끼, 늘어진 나뭇가지를 구경하며 경사가 완만한 길을 따라 걸었다.

아바타가 사는 세상에 온 것만 같다.

 





비가 사흘 밤낮으로 왔다더니 나무를 만지면 물을 흠뻑 먹어 나무 껍질이 물렁물렁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비에 먼지를 모두 씻어낸 나뭇잎들도 물기를 머금어 싱그럽다.

무엇을 보아도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하고 아름답다.

 

 





올라가는 길은 넓적한 돌이 놓여 있기도 하고 평평한 오솔길 같은 흙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물기가 있어 돌은 좀 미끄러워 주의해야 한다.

 





 

초보자에게는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도 녹록치 않다.

그래도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참 예쁘다!





 

이제 겨우 1.3km를 왔다니···

아직도 3.9km를 더 가야 한다.

숲속이 그리 덥지 않았지만 땀이 줄줄 흐른다.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ㅠㅠ


 




아름다운 경치와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을 보며 아직까지는 산행을 즐긴다.

마음 속으로 '산이 좋긴 좋구나'를 연발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다른 산행가들은 전문가 포스를 풀풀 풍기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연신 무엇인가를 찍어댄다.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도 무시하고 열심히 찍는다.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이 나타났다.

아찔하다!

계단 중간쯤에 평평한 곳이 있다. 사람들이 잠시 쉬며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우리도 잠시 쉬어 간다. 

 

 





계단이 끝나고 난 곳은 딴 세상이다. 오솔길처럼 좁고 발밑이 푹신하다.

높이 올라온 보람이 있다. 소백산은 아기자기한 것이 많은 산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보이지 않는다. 

걸음이 빠른 능숙한 산행가들이라서 벌써 우리보다 멀리 가버렸나보다.

느린 걸음과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름다운 경치다.




 

소백산에는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꽃이 많다.

이번에 처음 본 '이질풀'이라는 이름의 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로봉에 가까워지니 넓은 초원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산 꼭대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기하다.

원추리 군락도 보이고 바람에 누워 있는 나무도 보였다.

 




산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여름이지만 바람막이 잠바가 필요했다.

마치 산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버릴듯한 바람때문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추웠다.

여름에도 이러하니 다른 계절에는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와야 할 것 같다.

 





비로봉 정상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많다.

 




 

비로봉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지쳐 버렸지만, 국망봉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블로그에서 읽은 등산코스를 따라 가기로 했고 다른 코스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향하는 길은 협소해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울창한 나무와 풀을 헤치고 몸을 숙여 간신히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아직 내려가려면 멀었는데 벌써부터 무릎이 아파왔다.

바위 사이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며 감탄하며 잠시 쉰다.

 




힘들어서 한숨을 쉬며 걸었지만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마치 그림의 한 풍경같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 현실감이 없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바위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두꺼비가 나타났다.

두꺼비를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산에서 만나는 바위는 다 신기하다. 국망봉인 줄 알았지만 아직 아니다. 

 

 

저 계단을 또 올라가야 국망봉이 나온다.

에고에고! 경치는 한숨이 나올정도로 멋지지만 또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무릎이 너무 아프다.





국망봉 바위는 참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바위가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거친 것 같고 단순하지 않은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여기서 늦은맥이재까지 가려면 2.1km를 또 가야 하는 거구나.

산에서의 2.1km는 너무 멀다···





산 정상에 이런 평지가 있다니!

드넓게 펼쳐진 초원이 마냥 신기하다. 눈도 시원하다.





 

이것이 바로 국망봉.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경치는 왜 이다지도 멋진 것이냐?


 




늦은맥이재에서 내려올 때 본 고목에 핀 꽃.

내려갈 때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이 갑자기 보이지 않고 계곡처럼 물이 흐르면서 길이 없어졌다.

흙이 아니라 돌밭같은 길이 이어져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 일쑤였다.


 

 



심한 비때문인지 중간중간 나무들이 부러져 있거나 쓰러져 있다.

넘어져 있는 나무를 피하고, 돌바닥에 미끄러지며 내려가니 너무 힘들어서 한숨이 났다.

넉넉히 잡아 7시간이면 내려간다고 했는데 우리는 벌써 9시간을 걷고 있다.

사람도, 문명의 산물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산길을 남편과 둘이서만 걷고 있다.

지리하고 힘들다. 





드디어 다리가 보인다!

다 내려왔구나. 안도감이 든다.

초보 산행가들에게 이 길은 무리였다. 우리는 9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왔던 길을 되짚어서 간 것 같다.

늦은맥이재 길로 내려온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었다.

너무 힘든 길이었다. 다음에 다시 소백산에 온다면 결코 늦은맥이재로는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서있는 집들이 너무 반갑다.


 

 


소백산에  가본 지도 벌써 2년 정도가 지났다.

그때의 기억은 굉장했다는 것이다. 산을 즐겨 타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다.

우리처럼 초보인 사람들에게 늦은맥이재까지의 산행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산 타기에 능숙한 사람들은 6시간이면 다녀온다고 했다. 우리들은 9시간이 걸렸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기억에 생생하다.

다시 가보고 싶지만, 가기 전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점심 준비 필수! 점심을 살만한 곳이 없었다.

여름에도 정상은 바람이 강하게 부니 바람막이 잠바도 필수다.

 

체력을 보완하여 다음에는 소백산을 더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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