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일을 가업으로 받고자 했으나 자신에게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아버지는 쇼펜하우어가 열일곱 살일 때 투신자살을 하였다. 아버지와 20년 차이가 나는 어머니는 야망이 많은 여자였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을 등에 업고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것을 보고 쇼펜하우어는 자신을 햄릿에 빗대어 불렀다.
아버지의 재산으로 그는 일하지 않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서른 살에는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의 지식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헤겔의 수업은 만석인 반면에 그의 수업에는 겨우 다섯 명의 학생이 참석하여 자괴감에 시달렸다.
콜레라의 유행하자 쇼펜하우어는 베를린을 탈출한다. 이것은 평소 그의 말과는 상반되는 행동이었다. 그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태어났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차선이다."라고 말해왔다. 쇼펜하우어와는 달리 헤겔은 끝까지 강의를 하다가 콜레라에 전염되어 사망하였다. 이 일로 인해 그는 평생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철학은 니체, 헤세, 카프카, 융, 프리드리히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의 철학이 철학, 문학, 심리학의 대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세상에 대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그의 철학이 대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절망에 대한 그의 철학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마음에도 위안을 주는 것일까?
그의 고민과 고통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나는 그의 절망과 고통에 대한 글을 읽으며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글보다 더 깊은 위로를 얻고 공감했다.
그의 절망과 고통은 사실적이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에 더 위로가 되는 것 같다.
힘든 세상에 대한 비난이 끝이 아니다. 그는 희망과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힘을 준다.
자아 돌아보기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면 불멸을 위해 나는 내가 가진 것 중 단 한 가지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구와도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지금 내 모습이 어떻든 지금 이대로의 나, 나의 개성, 그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p.23
규칙적이지 않은 위대한 생애는 없다.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그런 생활이 그에겐 적합했기에 그들의 삶은 위대해진 것이다. 시류에 따라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악습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적절히 어울리는 규칙을 정해놓고 인내라는 재능을 발휘하여 습관화한다. 그렇게 일생에 걸쳐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남들과 비교되지 않는 자기만의 위대한 삶이 쌓여간다. -p.28
이 세상에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외로워서 화가 나고, 피곤해서 화가 나고, 남들이 행복해서 화가 나고, 마침내 화만 나는 내가 싫어서 미칠 듯이 화가 난다. -p.30
모든 원인은 피로 때문이다. 삶에 지쳐버렸을 땐 냉정한 반성이 불가능하다. 억지로 반성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우울이라는 덫에 걸려버린다. 지쳤을 때는 반성하는 것조차 피곤하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도박도, 기도도, 명상도 도움이 안 된다. 여행도 도움이 안 되고, 술을 먹어봐야 자기혐오만 짙어질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p.69~70
삶의 자세
이것은 아주 중대한 원칙이다.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그 일이 벌어지지 ㅇ낳았기를 기대해봐야 소용없다. 불행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태만이나 무모함, 불성실을 후회하기에도 늦었다. 불행은 그 자체로 징계다...
깨끗이 인정하고 징계를 받고 우연히 생긴 비극으로 인생의 페이지에 적어둔 뒤 책장을 덮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p.152
20년간 형성된 의지의 표상으로 이후의 5~60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수학의 기본 개념만 깨우쳐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게 성장 이후의 성숙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 성숙의 결과가 의지와 직결된다.
부처는 하다못해 밥을 지을 때도 정성을 다 쏟았다. 그 모습을 보고 제자가 부처에게 물었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살 수 있습니까? 무슨 수로 그 모든 일에 열심을 다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부처는 "사람으로 태어난 나의 처지가 미천하여 천한 일도 마다할 수 없기에 마다하지 않은 것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부처도 그리하였거늘 보통 사람에 불과한 우리의 삶이 경중을 따져 의지도 경중으로 나눈다는 것은 마음의 병, 다시 말해 의지가 병들었다는 것이 된다.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지의 출현을 연습하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성현들은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했기에 큰일이 닥쳤을 때 이를 두려워하지 ㅇ낳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었다. -p.203~205
수만 권의 책을 읽은 자의 머릿속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의 머릿속에 방 한 칸 마련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욕망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자만이 고통 없는 죽음을 만끽할 자격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군주와 같다. 그는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의 성을 지켜내고, 독립된 지위를 누리고, 그에게 명령하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의 삶은 스스로 판단한다.
군주가 법을 정하고 백성에게 공표하듯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절대 권력을 쟁취한다. 그에게 용기와 자신감, 지혜를 주는 원천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에게는 세상을 이해하고 조립하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p.216
사람마다 저마다의 고민이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선택하여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찰나와 같은 인생 속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
지혜로운 자라면 당연히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어리석기 이를 데 없다.
삶의 지혜를 얻고 위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이 순간에도 고통과 고민을 떠올린다.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힘든 일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힘들다는 생각에 갇혀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나에게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내어해 보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칭찬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해내자.
그 결과가 실수이든지 실패이든지 해봐야 알 수 있다.
실수와 실패 속에서도 나는 성장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래. 그냥 하자.
고민과 반추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여기서 그만두자!
그냥 하면 된다.
-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출판
- 포레스트북스
- 출판일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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