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2
"부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천천히 조심해서 오세요."
"아, 감사합니다!"
상냥한 여자의 말투, 남자는 그 순간 오늘 하루에 대한 응원을 받은 것만 같았다.
남자는 그날 밤, 녹초가 된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p.114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달러구트는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제 대답이 너무 장황했죠?"
나림은 민망해서 콧등을 슬쩍 긁었다.
"전혀요.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손님은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럼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p.144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p.146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이건 마음을 단단히 먹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p.148
그녀는 회사의 일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등의 강제성도 없고 마감기한도 없는 모든 일에 스스로 기한을 두고 압박을 받는 자신의 모습도 알아차리게 됐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난 지금까지 잘해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해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 잘해낼 거야.'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마음. 여자에게는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p.231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햇을 뿐이에요."
p.237
"그녀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느라 매일매일을 허비하고 있어요.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죠."
p.250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살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달러구트가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말했다.
p.265
"여기서 내가 제일 늙은이다, 그렇제?"
"그러게. 할머니가 제일 세련된 어르신이네. 이런 데 와서 손자랑 커피도 마시고."
"너는 참, 말을 강아지풀만치 보드랍게 해. 어릴 때부터 그랬어."
p.272~273
"할머니, 할머니 인생은 어땠던 것 같아요?"
"좋았지." 할머니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좋았어? 정말로? 어떤 점이?"
남자는 의자를 당겨 앉아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 어렸을 적에는 남의집살이 안 하고, 우리끼리 오손도손 사는 것만으로도 좋았지."
"..."
"늙어서는 손자 크는 것 보는 재미로 살았고, 꼭 네가 스스로 앞가림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어느 맘씨 좋은 신이 들으셨는지 늙은이 소원을 이뤄주었지 뭐냐. 그러니까 할미 인생은 참으로 좋았지."
할머니가 손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분명 어릴 적 할머니의 손을 까끌까끌했는데, 오늘은 아기처럼 보드라운 손길이었다.
"요놈 참, 언제 두 발로 걸을까 했는데, 훌쩍 커서 할머니보다 훨씬 앞서서 걷고, 할머니 손도 꽉 잡아주고 걸음도 기다려주고 하니, 늙은 할미 마음이 봄처럼 설레었지."
- 저자
- 이미예
- 출판
- 팩토리나인
- 출판일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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