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2 - 홍건익 가옥 _ 서울시 민속문화재 33호 (사진)
서촌을 걷다 보니 대문이 활짝 열린 한옥이 보인다.
한옥이 많은 동네라서 누가 살고 있는 집인 줄 알았는데 필운동 홍건익 가옥으로 민속문화재란다.
게다가 무료관람이란다.
횡재를 한 것만 같다. 공짜 구경이다!
남의 집을 들여다 보는 것같은 약간의 어색함을 안고 대문을 들어섰다.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안심이 된다.
구경하는 집이 맞다.
홍건익 가옥을 들어서니 단아하면서도 넓은 한옥이 보인다.
나무의 부드러운 곡선과 색깔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문을 통해 문이 보이고 또 문이 보인다.
하얀색 벽과 나무색의 조화가 소박한 듯 우아해 보인다.
문과 문.
문을 열면 한옥 전체가 보인다.
공간과 공간이 서로 통한다.
한옥은 소통의 공간인 것 같다.
안채에서 더 깊이 들어가면 우물이 있다.
우물 뒤에는 작은 정원이 한 층 높이 있고, 별채도 있다.
별채에서는 안채가 보인다.
정원에는 하얀색과 보라색의 도라지꽃이 피어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
장소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모양이다.
이제는 쓰지 않고 뚜껑이 덮여 있는 우물이지만 여자들은 얼마나 많이 저 우물에서 물을 퍼내야만 했을까?
두레박을 던져 넣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물을 긷고 또 길었을 것이다.
그 때 그녀들은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행복했을까?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을까?
후원에서 내려다 본 한옥.
도심 속 현대 건물 옆에 오롯이 과거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옛 것이 새로움을 준다니 신기하다.
오래되었는데 새롭다니...
오래오래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한옥의 골목길은 아주 좁다.
좁디 좁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가는 골목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그 좁은 길을 다니면서 여자들은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다.
이 좁은 공간에서 여자들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까?
후원에서 바라보는 작은 문과 서로 통하는 문.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문을 모두 열어 두었을 때의 풍경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에게는 그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있었을까?
한옥은 따뜻하다. 한옥은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방안은 아주 작다. 문은 견고하지 않다.
내가 사는 건 상상이 안 되지만 그냥 바라만 볼 때는 운치와 낭만이 있다.
바람이 서로 통하고 공간과 공간이 통한다.
한옥에서는 비밀을 간직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