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_ 내려놓음, 삶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연습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그는 태어날 때 탯줄이 목에 감겼다.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되어 세 살부터 부모와 떨어져 17년 동안 요양 시설에서 지냈다. 장애로 인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학문과 철학의 세계에 심취했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는 게 힘들 때, 인생에 대한 다른 사람의 관점이 도움이 된다. 이 책 역시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집어 든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책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내용은 조금 다르다. 작가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만큼, 때로는 삶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겪는 고통에 대해 질문이 많다. 작가 자신의 수많은 부정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의 답으로 귀결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장애를 가진 작가는 요양 시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인 '나를 내려놓으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이 학대처럼 느껴졌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사는 것 자체가 힘든데 새로운 짐을 얹어주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내려놓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한 권의 책을 알게 된 후에 '내려놓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끌어안게까지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말을 읽은 것일까?
"소위 '붓다의 실재'라 부르는 '붓다의 실재'에 관하여 여래께서 이르시기를 이는 '붓다의 실재'가 아니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를 '붓다의 실재'라 부르니라 하시더라."
알쏭달쏭한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이 말은 이렇게 요약되기도 한다.
"붓다는 붓다가 아니니, 바로 그래서 내가 이를 붓다라 이르니라." 결국, 집착이 없는 삶의 자세를 말합니다.
작가는 '붓다'라는 자리에 다른 단어들을 대치시킨다.
'내 아내는 내 아내가 아니니, 바로 그래서 나는 이를 내 아내라고 부른다.' , '고통은 고통이 아니니, 바르 그래서 내가 나는 이를 고통이라 부른다.',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그래서 이를 장애라 부른다.' 등등......
무엇이든 확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말라. 세상에서 말하는 꼬리표를 부치지 말라. 즉, 어떤 대상에게 내가 부여하는 정의를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아내의 모습, 장애, 삶의 고통 등은 모두 누군가 마음속에 정해 둔 생각, 세상이 붙인 꼬리표에 불과하다. 그것은 단지 꼬리표일 뿐, 실제로 그 대상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으로 대상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라는 의미다. 이것이 곧 집착이 없는 삶의 자세라는 것이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내려놓음'은 상처를 숨기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장애로 인해 마치 세상 구경거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아들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려놓음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가 꼭 아니더라도, 상처와 더불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는 일이지요.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2미터 앞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무작정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려놓는 삶의 태도란 어쩌면 자신의 나약함을 더 이상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지 않는 자세를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상처를 거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끌어안는 자세말이죠.
자신의 상처를 거북해하지 않고 끌어안는 자세라는 표현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부족하지만 그것으로 괜찮다는 말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아니어도,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해도, 이 나이에도 인생의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몰라 방황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내가 아니다. 그래서 나라고 부른다.'
내가 나에게 붙인 꼬리표를 떼자. 나는 그런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러하기에 현재의 나인 것이다.
현재의 내 모습, 상처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도 괜찮은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º 지은이 : 알렉상드르 졸리앙 (Alexandre Jollien)
º 옮긴이 : 성귀수
º 제목 : 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º 출판사 : 월요일의꿈
º 출간 연도 : 2023.3.30.
º 페이지 : 총 182면
- 저자
- 알렉상드르 졸리앙
- 출판
- 월요일의 꿈
- 출판일
-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