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대신 말, 욕과 비속어의 뜻과 어원
욕은 청소년들에게 문화가 되었다. 아주 예의 바르게 생긴 학생도 자기들끼리 대화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욕을 사용한다. 사용하는 이유는 친밀감의 표현이라고도 하고 화가 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욕대신 말》은 학생들이 어떤 경우에 욕을 사용하는지 물어본다. 자신의 욕 습관을 체크해보게도 한다. 욕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쓰이는 비속어 혹은 욕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는 부록 부분에 관심이 갔다.
그중에서 의미나 어원이 알고 싶은 부분을 추려서 발췌하였다.
▣ 깝치다
'깝치다'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경망스럽고 방정맞을 때 또는 그렇게 까불며 잘난 체할 때 쓰는 속된 말이다.
바른 표기는 '깝죽거리다'이다.
▣ 개
'개'는 '개살구', '개떡'처럼 질이 떨어지는 사물임을 강조하거나 '개꿈', '개죽음'처럼 헛되거나 쓸데없는 일을 뜻한다.
특히 '개꼴', '개망신', '개수작', '개망나니'처럼 정도가 심하거나 엉망진창인 것을 나타낼 때도 널리 쓰인다.
특정한 상태를 강조할 때 '개맛없다', '개싫다'와 같이 부정적인 느낌을 말하기도 하지만, '개꿀', '개존잘', '개맛있다', '개좋다'처럼 긍정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도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개쩔다'는 어떤 대상이나 상태가 아주 좋거나 놀랐을 때에도 쓰인다.
▣ 꼬붕
'꼬붕'은 부하를 뜻하는 일본어 '고분 子分'에서 온 말이다.
무리 안에서 자신보다 직책이나 책임이 낮은 사람, 특히 허드렛일을 해 주는 사람을 가리켜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 꼴값
'꼴값'은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꼴값을 떨다'는 격에 맞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을 할 때 쓰는 관용 표현이다.
본래 '꼴'은 형체나 모습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삼각형은 세모꼴, 사각형은 네모꼴을 말한다.
그러나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 '그 꼴로 어디를 가니', '나라 망하는 꼴' 등 사람의 모양새나 행색, 어떤 형편이나 처지를 낮잡아 이르는 속된 어감이 워낙 강해진 탓에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 꼽사리
'꼽사리'는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을 말한다.
꼽사리'는 '곱(䯩)+살+ -이'에서 온 말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살'은 노름판에 걸어 놓은 몫에 덧붙여 더 거는 돈을 말한다. 그러므로 '곱살'은 노름을 할 때 밑천이 넉넉하지 않거나 내키지 않아서 미처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패가 좋은 것이 나올 때 '살'을 건 데다 또 '살'을 더 거는 것을 말한다.
본래는 '곱살 끼다'와 같은 형식에서 '곱살이 끼다'로 되었다가 '꼽사리 끼다'로 변화했다.
▣ 꼽주다
'꼽주다'는 다른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고 눈치 주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창피하게 하다', '부끄럽게 하다'라는 말로 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다. 반대로 무시를 당하거나 면박을 당할 때 '꼽먹다'라는 속된 표현도 쓰인다.
▣ 날라리
'날라리'는 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기도 하고, 일 없이 그저 노는 데만 열심인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본래 나팔 모양의 관악기인 '태평소'를 이르다가,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게 되면서 의미가 변하게 되었다.
▣ 뒈지다
'뒈지다'는 '죽다'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뒈지다'는 '뒤어지다'가 줄어든 말로, '뒤집어지다'와 의미가 닿아 있다. 즉, 동물이 죽을 때 배를 드러내고 뒤집어지는 데서 '죽다'의 의미를 비속하게 나타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 뒷다마, 뒷담화
'뒷다마'는 당구를 칠 때 '뒷다마를 깐다'는 표현으로 주로 쓰인다.
'다마(だま)'는 '구슬', '공'을 뜻하는 일본어로 공을 정면으로 맞추지 않고 다른 곳을 맞추고 돌아와서 뒤쪽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가 당사자 앞에서 말하지 않고 뒤에서 험담한다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한자어와 결합시킨 '뒷담화'로 해석하여 쓰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뒷담하다, 뒷담까다' 등으로 쓰인다. 한편으로는 '속이다'는 뜻의 일본어 '다마스( 騙す)'에서 왔다는 의견도 있다.
▣ 병맛
'병맛'은 '병신 같은 맛'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상황이나 맥락이 없을 때, 또는 재미가 없거나 수준이 형편없을 때 조롱하는 뜻으로 쓰인다.
▣ 뽀대나다, 간지나다
'뽀대'는 겉으로 드러내는 멋이나 행태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본때'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본때를 보이다'처럼 쓰이는 '본때'는 맵시나 모양새를 뜻한다. 즉 맵시가 난다는 의미에서 뽀대가 난다는 말과 상통한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간지 나다'가 있는데, '간지'는 '느낌(感)'을 뜻하는 일본어 '간지'에서 온 말로 '멋'이나 '맵시'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 싸가지
'싸가지'는 고유어 '싹'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한 말이다.
여기서 '-아지'는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의 '-아지'와 동일하다.
본래 싸가지는 '싹수'의 강원, 전남 방언이다.
'싹수'는 바로 식물의 씨앗에서 가장 먼저 트이는 잎을 말하는데,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나타내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래서 '싹수가 있다', '싹수가 없다', '싹수를 보이다' 등으로 쓰인다.
'싹수'는 그리 부정적인 말이 아니었는데, '싸가지'로 쓰이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 또는 그런 배려나 예의가 없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 생까다
'쌩까다'는 '생까다'에서 온 말로 구어에서 강하게 발음하면서 굳어진 말로 보인다.
상대방의 말을 고의로 무시하거나 모른 척할 때 쓰이는 속된 말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생까다'의 '생'을 '生'으로 보았는데, 이 말이 부사 '생으로'에서 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생으로 고생을 하다'처럼 '아무런 처치나 도움이 없이'라는 뜻이 있고, '생으로 이별을 하다'처럼 '그럴 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라는 뜻이 있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절교하거나 절연하는 상황에서도 쓰인다.
▣ 씨발, 씨팔
본래 '씨팔'은 '씨팔놈'이 줄어든 말이다.
'씨팔놈'은 '씹을 할 놈'이라는 말이 변한 것인데, 이때 '씹'은 여성의 성기를, '씹하다'는 성관계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본디 자신의 어머니와 씹을 할 정도로 나쁜 사람임을 강하게 욕하는 말이다.
'씨발'은 '씨팔'이 변한 말이다.
▣ 양아치
'-아치'는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로 '벼슬아치, 장사아치'와 같은 말에서 확인된다.
'양아치'는 남에게 돈이나 물건을 거저 달라고 구걸하던 '동냥아치'가 줄어든 말이다.
스스로 일하지 않고 남에게 빌어먹는 행태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을 일컫기도 하고, 언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기도 한다.
▣ 얼탱이가 없다
어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어이가 없다'와 같은 의미이다.
'얼탱이'는 정신을 뜻하는 우리말 '얼'에 '-탱이'가 결합한 말이다. '-탱이'는 '맛탱이'처럼 앞에 오는 말을 속되게 하는 어감을 준다.
▣ 우라질
'우라질'은 미워하는 대상이나 못'마땅한 일에 대해 비난하거나 불평할 때 욕으로 하는 감탄사이다.
'우라질'은 '오라질'에서 온 말로 '오라를 질 놈'이라는 말에서 왔다.
바로 '포승줄'인 오라에 묶여 잡혀갈 놈'이란 뜻으로 고약하고 몹쓸 사람을 말한다.
▣ 제기랄, 제길
'제기랄'은 못마땅하여 불쾌할 때 욕으로 하는 말인데, '제기랄놈'에서 줄어든 말이다.
본래 '제기랄놈은' 제 아기와 할 놈이라는 뜻으로 천하의 패륜적인 사람을 의미하는 욕이다.
'제기랄'은 혼자 내뱉는 욕이지만, 그 본래 뜻은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저속하다. 줄여서 '제길'이라고도 한다.
▣ 존나, 졸라
'존나', '졸라'는 '좇나게'가 줄어든 말이다. '좇'은 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로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상황이 뜻에 맞지 않을 때 '좇같다'라는 욕을 쓰기도 한다.
욕으로 쓰이는 '좇나게'가 '존나'로 줄었고, 발음의 변화가 일어나 '졸라'가 되었다.
소리와 형태가 바뀌면서 본래의 욕된 어감이 줄어들어 최근에는 '존나 잘생기다'의 의미로 '존잘', '존나 버티다'의 의미로 '존버' 등이 쓰이고 있다.
▣ 쩔다
'쩔다'는 동사 '절다'를 구어에서 강하게 발음하면서 굳어진 말이다.
보통 배추가 소금에 저는 것이나 온몸이 땀에 저는 것처럼 기름이나 땀과 같은 물질이 묻어서 찌든 상태를 말한다.
또한 사람이 술에 저는 것처럼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은 독한 기운에 영향을 받을 때도 쓰인다.
그 외에도 어떤 대상에 흠뻑 빠지게 될 때나 어떤 대상이 출중한 능력이나 두드러진 상태를 보일 때도 쓰인다. 강조의 의미가 담긴 '개'와 결합하여 '개쩔다'로도 쓰인다.
▣ 찐따
'찐따'는 행동이 어수룩하거나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절름발이'를 가리키는 전북 지방의 방언이라고 사전에 제시되어 있다. 절름발이를 가리키는 일본어 '친바'에서 왔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 절룩거리는 사람을 비하하여 이르던 데서 언행이 덜떨어진 사람에게까지 확대하여 쓰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중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문찐(문화 찐따)'과 같은 말도 등장하였다.
▣ 호구
'호구'는 호랑이의 아가리라는 뜻의 한자 '虎口'에서 온 말이다.
본래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을 뜻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즉 호구 안에 상대의 돌이 들어올 경우 한 수만 더 놓으면 그 돌을 따낼 수 있다. 그래서 호구를 잡게 되면 바로 상대의 돌을 딸 수 있게 되므로 호구 안에 들어온 돌은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어수룩하고 순진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최근에는 호구와 발음이 비슷한 '흑우'로 표현하기도 한다.
- 저자
- 도원영, 장선우, 선평원, 서한솔
- 출판
- 마리북스
- 출판일
-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