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후기 / 아몬드 (2017) _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º 지은이 : 손원평
º 제목 : 아몬드
º 출판사 : 창비
º 출간 연도 : 초판 1쇄 발행 2017.03.31.
초판 31쇄 발행 2017.07.25.
º 페이지 : 총 233면
청소년 소설로 참으로 유명한 책이다. 책의 내용을 알지는 못해도 무표정한 아이의 얼굴이 표지로 실린 책 표지는 수없이 보아 왔다. 학교에서 청소년이 읽어야 할 필수 도서로도 많이 소개된다. 그 책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혀 줄 것이라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 왔다.
희한한 것은 책의 두께도 얇고 내용도 청소년 소설인데도 술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앞 장을 조금 읽을 때에도 책 속의 말을 곱씹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유치원생의 눈에 비친 폭력의 현장을 말해도 믿지 않던 가게 주인. 그러다가 정작 희생자가 자신의 아들인 것을 알게 되자 유치원생에 불과한 어린아이에게 진지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분노하는 모습에서부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나면 모든 것을 타인에게 돌리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믿으려 한다. 비록 그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일지라도.
- 할멈, 사람들이 왜 나보고 이상하대?
-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것 배기질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할멈이 나를 으스러져라 안는 통에 갈비뼈가 아렸다. 전부터 할멈은 나를 종종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 단어는 적어도 할멈에게만은 나쁜 뜻이 아니었다. -p.20
알렉시티미아라는 병명을 가진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다. 편도체가 다른 사람보다 작고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할머니와 엄마는 그를 포기할 줄 모른다. 세상에 나가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을 지칠 줄 모르고 반복하여 학습시킨다. 윤재는 때로는 엄마의 필사적인 노력을 사랑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아프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윤재가 엄마와 할머니의 노력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두 사람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족에게 불의의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 그 남자는 말이야 ······.
곤이가 말했다.
-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내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애들과 어울렸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로 절망했는지······. 그 사람이 날 만난 다음에 제일 먼저 한 게 뭔 줄 알아? 강남에 있는 학교에 날 처넣은 거야. 거기 가면 내가 모범적으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라도 갈 줄 알았나 봐. 근데 첫날 가 보니까 나 같은 놈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물인 거야. 날 보는 눈빛 하나하나에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 그래서 깽판을 좀 쳐 줬지. 거긴 얄짤 없더라. 며칠 만에 쫓겨났어.
곤이가 콧바람을 뿜었다.
-간신히 전학시킨 게 여기야. 그나마 인문계라 체면은 섰겠지. 그 사람은 내 인생에 시멘트를 들이붓고 그 위에 자기가 설계한 새 건물을 지을 생각만 해. 난 그런 애가 아닌데······.-p.148-149
'윤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곤'이라는 아이는 어릴 때 부모를 잃어버려 중국인 노부부에게서 크다가 보호시설을 전전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친부모를 찾았으나 대학교수인 그의 아버지와 곤이의 생각은 서로 달랐다. 예상치 못한 서로의 모습에 서로를 피한다. 안 좋은 일을 해결해야 할 때만 한 자리에 있게 된다.
문제아처럼 보이는 곤이는 사실 몹시 외롭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곤이는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에게도 기피 대상이다. 그러자 곤이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방식대로 살겠다고 결심하며 학교문을 나선다.
이런 곤이를 돌아오게 하는 것은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윤재'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줄 모른다는 윤재가 곤이를 돕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는 자신을 내던져 곤이를 구하고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다.
윤재와 곤이 모두 구해내기 위한 도움을 줘야 하는 소년들이다. 선천적인 공감 불능 병을 앓고 있었지만, 선재에게는 엄마와 할머니, 도라, 심박사, 곤이 모두 자신이 알든 모르든,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암튼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사람이 손을 내민다. 윤재는 다른 삶의 도움을 통해 적절한 반응을 학습하고 자신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와 달리 곤이는 유복하고 훨씬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으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세상을 향한 문을 걸어 잠그게 된다.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는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153
《아몬드》는 정상인이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곤이와 감정불능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지만 끊임없는 관심과 도움을 받은 윤재의 삶을 대비시킨다. 선천적인 능력으로 보자면, 곤이가 훨씬 대인 관계에 유리하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하여 일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윤재가 오히려 정상인도 하기 힘든 일을 하여 곤이의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도록 도움을 준다.
작가는 정상인의 눈에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누군가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사랑을 준다면 정상인처럼 혹은 정상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선의의 손길은 공감의 아몬드를 확장시켜 윤재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별게 아니라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한 정상인들이 오히려 더 아픈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정상인이든 비정상인이든 서로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무감각한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대단할 것 없어 보이는 서로에 대한 소소한 관심과 사랑이 우리 모두를 상승의 길로 인도한다. 《아몬드》는 우리 안의 불능과 무관심, 무감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결점투성이의 사람들일지라도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이라는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나갈 힘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읽는 동안 우리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해주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며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이 치유책임을 알려준다. 자신의 삶의 무게로 힘들지만 아주 작은 사랑을 보여줄 때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어 오래도록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다른 사람도 읽고 이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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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YES24
공감 불능 사회, 차가움을 녹이는 아몬드매혹적인 문체,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 “고통과 공감의 능력을 깨우치게 할 강력한 소설”영화보다 강렬하고 드라마처럼 팽팽한,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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