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후기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5) _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때 생길 수 있는 기적
º 지은이 : 히가시노 게이고
º 옮긴이 : 양윤옥
º 제목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º 출판사 : 현대문학
º 출간 연도 : 초판 1쇄 펴낸날 2012. 12. 19.
초판 4쇄 펴낸날 2015. 7. 27
º 페이지 : 총455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추리소설과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 등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다수의 추리소설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2012년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발표함으로써 추리소설 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빈집 털이범인 세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변변한 물건을 건지지도 못한 채 도망쳐 나와 숨을 곳을 찾아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백수 신세인 세 친구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남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상담사 역할을 떠맡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은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된다. 네 명의 의뢰인의 고민에 대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의 삶에는 작은 기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잘 들어주는 것 _ 너와 나 모두에게 힘이 된다
나미야 씨, 제 고민을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편지로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저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p.38
나미야 씨, 저와 함께 고민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역시 이 일은 스스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아요. -p.71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준 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야.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도, 어쩌다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도 우리한테 상담하기를 잘했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 좋다. -p.81
시한부 인생을 앞둔 병든 연인을 간호하는 것과 올림픽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 중에서 고민하는 여자.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살다 보면 어느 쪽도 답이 아닌 것 같은 딜레마 상황에 처한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무엇이라고 말해줄 것인가? 여자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받은 조언대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언 덕분에 자신의 본심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기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는 멋진 조언으로 상대방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조언 덕분에 상대방이 좋은 결론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조언대로 하지는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쓴 여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상담자에게 고마워한다. 왜일까? 그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조언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지만, 상담자의 진심 어린 응대 덕분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마음이 가는 쪽을 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들어주는 것은 힘이 세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기만 해도 말하는 사람은 치유를 얻게 된다. 상대방의 관심과 경청이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옳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도 도움을 받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세 명의 좀도둑처럼, 자신의 고민은 뒤로 젖혀 두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의도대로 되거나 혹은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만족감을 얻는다.
잘 들어주는 것 _ 결심을 지켜 나가는 힘이 된다
그렇군요. 드디어 뮤지션의 길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네요.
하지만 그건 그냥 편지 쓸 때만 얼핏 해본 생각이겠지요. 당신은 역시 뮤지션의 길을 향해 달릴 겁니다. 어쩌면 이 편지를 읽을 때는 벌써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 어떤지,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아무튼 틀림없는 얘기예요.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p.142~143
뮤지션으로 남고 싶은 남자. 그는 생선가게를 가업으로 물려받아야 하는 의무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 속에서 갈등한다. 그는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편지를 보낸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자신이 뮤지션으로서는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그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가업을 물려받으라는 냉정한 대답이 반복된다. 그러다가 돌연히 뮤지션의 꿈을 계속 이루어가라고 충고해 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순간에 나를 붙잡아 주는 한 마디는 힘이 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언도 힘이 될 수 있으나,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면 때로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가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살아가는데 힘을 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날 때, 불확실한 미래에 몸서리칠 때, 자신의 결정이 옳을 것이라고 믿음을 주는 한 마디는 빛이 된다. 현재가 고통스럽고 초라할지라도 자신의 결정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준다. 뮤지션 청년도 그런 도움의 말에 힘을 얻어 꾸준히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그의 노력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오랜 여운을 남겼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자꾸만 생각에 잠기고, 소설 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유가 뭘까? 왜 나는 이 책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걸까? 오랜 시간 동안 답을 구하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고민들과 별 볼 일 없는 세 명의 백수 혹은 좀도둑이 어떤 조언을 해줄까 하는 궁금증이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다. 과연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충고에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뻔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를 선택한 것이 신선하였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고민에 공감하며 자신이 그 입장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또는 만약 자신이 상담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말을 해줄 것인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게다가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간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하다. 등장인물들의 고민은 인생을 아는 나이 든 사람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이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에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447
이 말은 세 명의 백수 청년에게 '나미야 잡화점'에서 온 편지에 적힌 말이다. 현재의 모습은 보잘것없지만 아직 백지이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과 자유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도록 따뜻하게 격려해 준다. 이것은 작가가 우리의 인생에 대해 보내는 응원이다. 우리 역시도 자신이 정해 놓은 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의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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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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